난 언어 자체를 싫어한다

내가 싫어하는 인간의 습성이 있는데 그게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라서 언어에도 그 흔적이 남아있다. 한국어를 싫어한다는 얘기가 아니다. 언어 자체를 싫어한다. 난 어릴 때 국어 선생님이 엄마한테 따로 연락해서

문과로 충분히 성공할 수 있으니까 수학 잘한다고 이과라는 편견을 버리세요

라고 했을 정도로 언어 감각이 좋은 편인데, 난 문학 작가가 될 생각은 죽어도 없다. 언어 자체를 싫어하는데 무슨 문학 작가를 하겠는가. 그리고 그런 수준의 언어 감각을 가져서 언어를 싫어하게 된 것이다.


내가 싫어하는 그 특징이 어떤 느낌인지는 예를 들어 설명하곘다.

롤에서

한 번 바꿔주세요

한 번 보고 말 사인데 부탁하는 표현이 저 모양이다. 물론 저 말은 관용적 표현이다. 저게 왜 싶을수도 있다. 이 문장은 내가 싫어하는 문장의 범위에 겨우 들어온 수준이고, 사실 롤에서 한번 바꿔주는 건 그리 큰 게 아니니까. 그런데 이건 그냥 내가 어떤 느낌의 문장들을 싫어하는지 얘기하기 위한 것뿐이다.

이 싫은 것이다.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의견에 합리적 근거가 있는 척, 자기는 욕심이 없는 척, 별 거 아닌 작은 부탁을 하는 척 등, 별의 별 척을 다 한다. 엄청나게 큰 욕심을 부리면서도 이것도 못 바라냐는 식으로 얘기하고 그런다. 그런 게 관용적으로 쓰이는 말인 건 (당연히) 알지만, 그게 관용 표현인 건 애초에 모든 언어가 인간 특성에 맞는 방향으로 발전했기에 그런 것이다.

난 그 이 정말 싫다.

그리고 언어는 언제나 그 척과 함께 했다.

그게 말이란 게 하기 나름인 이유고, 내가 언어를 싫어하는 이유이다.